공직자는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이우근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09/21 [19:07]

공직자는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이우근논설위원 | 입력 : 2020/09/21 [19:07]

▲이우근논설위원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보여준 권력의 민주화 실천, 혹은 권위주의 청산, 반칙 없는 사회를 위해 헌신한 위대한 발자취를 잊지 못한다. 동시에 보수 세력 또는 보수 언론들의 저항과 파상공세에 신음하던 그를 잊지 못한다. 나를 포함한 국민 대다수는 그의 고통을 함께 느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에게 거부감을 주는 행위가 있었다. 그는 아마도 반대진영과 언론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가장 많이 한 대통령일 것이다.

 

물론 그의 고소-고발은 무엇이든 물어뜯으려고 덤비는, 침소봉대하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보수 언론 등의 적의에 맞서기 위해 선택한 떳떳한 투쟁방식이었다고 이해되어야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예민한 반응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그의 잦은 고소-고발은 과잉대응으로 비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가 그 행위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었을망정, 권력의 정점에 있는 그가 사법부를 수단 삼아 언론과 국민의 표현을 봉쇄하려 한다는 오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우리의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노무현도 자신의 행위가 불러온 역풍을 피하지 못했다. 이는 진보 진영의 맹점이기도 하다.

 

자신이 스스로 정당하다면 그러한 행위가 미칠 영향을 예측하려고도 않는 관성이 있다. 자신은 개인이 아니라 한 진영을 상징하거나 대표하는데도 피투성이가 되거나 오물을 뒤집어쓰게 될 순간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그 대를 이었고, 이번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합리적인 의심과 비판에 대해 진실에 입각한 반박을 내놓지 않고 소설을 쓴다. 상대방은 경멸을 당하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정치인의 자녀와 관련한 병역문제는 정치권 일각 또는 한 진영을 날려버릴 폭발력을 지닌다. 병역문제로 쓰러져간 정계의 거두들과 그로 인해 선거에서 참패했던 정당들이 그것을 방증한다.

 

추미애 장관 아들은 바로 그 군 복무에 관한 문제로 최근 이슈의 중심에 섰다. 추 장관의 해명은 뒤이은 폭로들에 따라 사실과 다른 것으로 국민들 사이에서 회자하고 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경위 추미애 의원실 보좌관이 해당 부대에 전화한 경위, 당직병과 추 장관 아들의 통화 여부 등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세 쟁점은 추 장관 아들의 병가 연장에 외압이 작용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하지만 국방부는 추 장관 아들이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를 갔다는 논란과 관련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면서도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추 장관이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라 집권 여당의 입지가 급속히 좁아지고 있다. 그런데 추 장관은 이에 앞서 아들의 부대 배치 관련 청탁 의혹을 제보한, 전 주한 미8군 한국군 지원단장과 이를 보도한 에스비에스를 형법-정보통신망법의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비리를 포착한 내부자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게다가 추 장관은 민주당 대표였던 2017년 내부 고발 자는 큰 결심과 용기를 필요로 하고 고발 이후엔 배신자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가는데 현실이다 며, 내부 고발자의 비참한 처지를 상기시키며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더구나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이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를 고발할 경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불필요한 오해나 의심을 살 수 있는데도 전략적 봉쇄라는 비판을 불사했다. 노무현에서 추미애로 이어진 이 명예훼손에 대한 고소-고발 행위는 또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 조항의 법익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명예란 무엇인가. 불특정 다수가 특정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평가의 집합, 곧 평판이다. 평판은 특정인을 고찰하는 사람의 사상과 의견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내가 통제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특정인이 어떻게 살건 어떤 사람은 아무런 이유 없이 특정인을 싫어할 수 있다.

 

그것이 노무현이 가리키고 문재인이 가리키는 자유로운 나라다. 특히 선출직 공직자나 기관을 대표하는 공직자는 끊임없는 국민적 검증 대상이다. 무엇보다 공직자는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그래서 영향력이 높은 공직자일수록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심판을 묻기 전에 자신에 대한 평판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평판에 오류가 있다면 논박하면 될 것이고, 세간의 평판을 통해 자신이 미처 돌아보지 못한 자신의 허물을 발견했다면 고치면 될 일이다. 그 허물이 책임져야 할 점과 맞닿아있다면 모름지기 사과해야 한다. 그런데 추 장관처럼 폭로의 본질을 피하면서 폭로를 싸잡아 허무맹랑하다. 매도하는 것은 교만이다.

 

또 원론적인 해명으로 문제를 호도하는 것은 평판을 경시하는 태도다. 더구나 군 복무와 관련한 의혹은 병역의무를 이 나라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안겨주는 문제다. 공직자로서 불성실한 답변으로 회피해선 안 되는 사안이다. 게다가 추 장관이 사법개혁의 선봉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는 진보의 심장부에 입지한다. 그런 그가 계급의 대물림을 연상시키는 사건에 얽히면서도 낮은 자세로 평판을 대하지 않는 것은 적격성 논란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진보 세력 내부의 적이 된다. 진보 세력을 붕괴시키는 진원지가 되는 까닭이다.

 

추 장관이 아들 문제를 공적인 눈으로 바라볼 자신이 없다면 하루속히 공직에서 떠나야 되는 이유다. 명예란 무엇인가. 불특정 다수가 특정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평가의 집합, 곧 평판이다. 평판은 특정인을 고찰하는 사람의 사상과 의견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내가 통제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특정인이 어떻게 살건 어떤 사람은 아무런 이유 없이 특정인을 싫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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